지구끝의 온실- 김초엽

작년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이란 소설을 통해 김초엽 작가를 알았다.
SF적 소설이었지만. 휴머니즘을 느꼈던 기억이 있다.
이번에 읽은 책은 '지구 끝의 온실'이다. 최근 환경오염에 관심이 생겨 지구와 온실의 단어가 나의 주의를 끌었다.

<<줄거리 요약>>

더스트로 인하여 죽은 식물들은 썩어 분해되지 않은것이 많아서, 죽은 것인지
산 것인지 분간이 어려울 정도로 지구는 더이상 인간이 살아갈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더스트를 피해 도피처를 찾는 나오미와, 아마라. 내성종에 의해 제압당한 나오미와 아마라.

1장 모스바나

수빈, 아영, 박소영팀장, 윤재, 강이현 소장은 복원사업 더스트 생태연구소에서 연구를 하고있다.

토종 과일 복원 프로젝트 대부분의 사람들은 맛있거나 예쁘거나, 하다못해 약으로
쓸 수 있는 식물 외에는 더이상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아도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원인모를 '모스바라'라는 식물 증식으로 농가와 일반 마을까지 퍼져 피해를 보고있다.
더스트 생태연구소는 '모스바라'에 대해 조사를 맡았다. 이번 증식 사태로 밤작업을
하는 사람들로 부터 도깨불을 발견했다는 소문을 들은 아영은 어릴적 자신이 보았던
푸른색의 먼지를 본 것이 도깨비불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한다. 어릴적 아영은
이웃 할머니 이희수의 정원의 흙에서 푸른색을 띤 먼지를 보았다.

현재부터 그 시대로 거슬러 오르는 학문 역시 힘을 잃을 수밖에 없다.

유전체 비교분석 결과 야생 모스바나는 유전체와 어긋나는 부분들이 많지만
현재 한국에서 증식하는 모스바나는 개체들 간의 유전자가 너무 비슷하여,
인위적인 상황이라고 본다. 이를 보고 누군가 의도적으로 모스바나를 증식
시켰거나 생물 테러를 의심한다.
에티오피아 심포지엄 출장을 간 아영은 미스테리, 괴담 이야기 사이트인
'스트레인저 테일즈'에서 모스바나에 관련된 글을 보고 글쓴이와 인터뷰를
요청한다. 에티오피아에서 아영은 나오미를 만난다.
'모스바나'를 약용치료로 사용하는 나오미는 '모스바나'가 치료 효과가 전혀
없는걸 알면서도 치료로 사용해야 할 이유가 있다고 한다.

생존과 번식, 기생에 특화된 식물이지요. 더스트 시대의 정신을
집약해놓은 것 같다고 할까요. 악착같이 살아남고,
죽은 것들을 양분 삼아 자라나고, 한번 머물렀던 땅은 엉망으로 만들어버리고,
한자리에서 오래 사는 것이 아니라 최대한 멀리 뻗어 나가는 것이
삶의 목적인... 그 자체로 더스트를 닮은 식물이지요."

나오미는 약초치료사로 아영은 모스바라의 역사와 모스바나와 푸른빛의
관계를 물어본다.
나오미는 아마라가 과거 프림 빌리지가 있다고 믿었으며,
모스바나를 약이라고 사람들이 믿게 만들어야 했다고 했다.

*호버카: SF에서 나오는 자동차
*돌핀: 나오미와 아마라의 호버카 애칭
*이르가체페: 에티오피아 남부
*돔시티: 더스트란 먼지같은 물질이 지구를 덮고, 이를 피하기위해 돔을
만들어 그 안에서 사람들은 생존한다.

2장 프림 빌리지

더스트를 피해 사람들은 크고작은 돔에서 살았다.
돔이 폐허가되자 더스트에 노출된 사람들은 죽고, 내성이 있는
사람들은 내성종이라 불리며 사냥꾼들을 피해 유목민처럼 떠돌며 생활한다.
그 중 나오미는 완전 내성종 이고, 아마라는 불완전 내성을 지니고 있다.
둘은 생체실험 연구실에 빠져나와 서로를 의지하며 생활하고 있었다.
체력과 식량이 바닥난 자매는, 마지막 희망으로 도피처를 수소문하여
프롬빌리지를 찾는다. 이곳은 더스트농도가 낮게되어 있으며, 작물을
직접 기를 수 있는 낙원같은 곳이다. 이렇게 될 수 있었던 것은 레이첼 이란
인물이 온실에서 연구를하여 더스트가 있어도 작물을 기를 수 있는 식물을
재배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레이첼은 온실에 틀어박혀 연구에만 몰입한다.
나오미는 사람들과 단절한채 연구만 하는 레이첼에 대해 호기심을 갖는다.

돔 안의 사람들은 결코 인류를 위해 일하지 않을 거야.
인간의 죽음을 아무렇지 않게 지켜보는 게 가능했던 사람들만이
돔에 들어갈 수 있었으니까. 인류에게는 불행하게도,
오직 그런 이들이 최후의 인간으로 남았지.

프롬빌리지에서 지내기위해 아마라는 작물재배를 도와주고고
나오미는 하루라는 인물과 마을을 정찰하는 일을 하며, 프롬빌리지에
일원이 된다. 평화도 잠시 외부인으로부터 공격을 받은 프롬빌리지 사람들은
또다른 프롬빌리지를 꿈꾸며 작물과 씨앗을 챙겨 제각각 흩어져 도망간다.

돔밖에는 대안이 없지. 그렇다고 돔 안에는 대안이 있을까?
그것도 아니야. 나오미 네 말대로 돔 안은 더 끔찍해.
돔을 없애는 거야. 그냥 모두가 밖에서 살아가게 하는 거지.
불완전한 채로. 그럼 그게 진짜 대안일까? 물론 그렇지는 않겠지.
똑같은 문제가 다시 생길 거야. 그래도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수는 없어.
뭔가를 해야 해. 현상 유지란 없어. 예정된 종말뿐이지.
말도 안 되는 일을 계속해서 벌이는 것 자체가 우리를 그나마
나은 곳으로 이동시키는 거야.

그 표정을 보면서, 나는 막연히 생각했다.
나에게 좋은 사람이 타인에게는 아닐 수도 있다고.
어쩌면 지수 씨가, 나와 레이첼에게 그런 사람일지도
모른다고.

제 3장 지구끝의 온실

3장엔 프롬빌리지가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고, 레이첼과 지수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아영은 프림 빌리지에 살다가 그곳을 떠난 사람들이 온실에서 시작된
더스트 저항종들을 세계곳곳 퍼져 인류를 구했다며 이 사실을 세상에
알린다.

아영은 이 문제를 푸는 일이 과학자로서의 호기심뿐만아니라
자신의 내면 깊은 곳에 있는 감정들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했다.
아영을 지금 이 자리에 있게 한, 신비로운 과거를 가지고 있지만
홀연히 자취를 감춰버린 한 사람에 대한
동경과 호기심, 그리고, 그리움.

모스바나의 지역별 데이터 공유를 한 레이첼을 보고 순수한 호기심과
탐구정신으로 더 많은 진리에접근하는 학자 레이첼.
레이첼은 지수를 곁에두기위해 숲의 구획을 유지했다.

모스바나는 자연인 동시에 인공적인 것이지요.
모스바나를 이루는 구성 요소들은 모두 자연에서 왔고
그것은 인위적인 개입에 의해 모스바나라는
총체가 되었으며, 다시 자연의 일부로 진입했습니다.
둘은 분리할 수 없고, 분리할 필요조차 없는 것입니다.
분명한 건 모스바나는 인간에게 적응하는 전략으로 그 종의 번영을
추구했고, 인간은 모스바나를 절실히 필요로 했다는 사실입니다.
모스바나와 인간은 일종의 공진화를 이룬 셈입니다.

감상평

SF영화나 소설의 배경은 현실세계에는 없지만 머나먼 미래에는 있을법한 이야기로
흥미를 끈다. 너무 허무맹랑하고 과학적 기반이 없어 현실과 동떨어져
있으면 몰입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환경오염과 코로나로 인해 가끔 황폐해진
지구를 상상하곤 했다. 이 책에서는 더스트라는 재앙으로 삶과 생존을 위해
잔인하게 변한 인간들과의 갈등. 그렇지만 그중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사람들을
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다. 과학자의 순수한 호기심과 어떻게 보면 광적으로 연구에
집착하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이러한 탐구정신으로 인류를 구해낸다는 것이
인상 깊었다. 우리 나라에도 이런 과학 영재가 있어야 할텐데...
마지막 부분 레이첼이 점점 기계화되는 장면이 조금 충격이면서 안타까워 보였다.
요즘 미세먼지로 숨조차 편하게 쉴 수 없는 현실이 이 소설 배경인 더스트 시대와
조금은 닮아 보였다. 온실이란 자연이면서도 인공적인 모순적인 공간이지만
모스바나도 이러한 모습을 닮았다.